발리에 살다보면 발리를 끔찍히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발리라면 지긋지긋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좋고”, “싦음” 만큼 주관적인 것이 또 있을까요?
오늘은 지극히 주관적인 “좋음”에 관한 이야기, 발리에 정착하면 좋은 사소한 (나의)이유 12가지를 포스팅합니다.
1. 탁틔인 시야. 맑은 하늘 . 많은 별
우리 아름다운 한국의 가을 하늘 만큼이나 시원하고 깨끗한 하늘이 일년 내내 있습니다. 비가 와서 잔뜩 비구름이 몰려든 하늘조차 깨끗한 느낌입니다. 가끔씩 감탄하면서 하늘을 볼 때가 있습니다. 모두가 조용히 숨죽이는 네삐데이의 밤하늘엔 정말 많은 별들이 빼곡히 반짝이고 은하수를 볼 수 있습니다.
2. 다양한 친구, 다양한 백그라운드
발리에는 정말 많은 인종들이 섞여 지냅니다. 단기 관광객도 많지만 언어나 문화를 배우거나 디지털노마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장기 여행객들도 많이 있지요. 호텔의 천국인 만큼 호텔 관련 종사자들도 아주 많지요. 한번도 못만나본 북유럽 사람부터 남미 여행객, 동북아 인들은 물론 동남아 사람들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짧게 혹은 길게 머물며 살아가는 곳입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공감 능력이 좋은 분들은 폭넓은 사교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 발리입니다.
3. 느긋한 사람들, 열정적인 나
발리 사람들은 비교적 점잖고 관용적인 태도를 지녔답니다. 발리인들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사람들이나 심지어 호주인들도 한국 사람들에 비하면 아이처럼 느긋하달까요? 급하고, 만사 열심히하고, 참견하기 좋아하고, 꼬치꼬치 캐묻는 한국 사람은 아주 경쟁력이 높습니다. 한국인의 단기 생산성은 아마 인도네시아 최고일거에요.
4.인터내셔널 스쿨 인프라
아마도 2번째 이유와 같은 맥락일 듯해요. 인구 3백만의 작은 섬에 아주 많은 인터내셔널 스쿨이 있습니다. 각 학교별로 조금씩 다른 특징이 있지만 커리큘럼 자체는 영어 기반이라서 느긋한 동남아 삶도 즐기면서도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다양한 국가로의 유학을 도모해볼 수 있습니다. 가까운 호주나 싱가폴로 유학을 가기도 좋고 제 2외국어에 신경을 쓴다면 네덜란드나 프랑스, 독일 유학도 고려해 볼 수 있답니다.
5.단독주택과 애완동물, 마당
아이들을 키울 때 한두번 쯤은 겪은 층간 소음. 발리에서는 온전히 벗어나실 수 있습니다. 작은 형태의 주택부터 저택까지 다양한 형태의 단독 주택이 존재합니다. 수영장, 예쁜 마당 그리고 애완동물까지 모든 선택이 마음먹는대로 선택가능합니다.
6.서핑.다이빙.스노쿨링 그리고 숨어 있는 아름다운 해변
발리의 바다는 놀라운 곳입니다. 저는 서핑을 즐기거나 해상 레포츠를 즐기진 않지만 발리 곳곳에는 여전히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해변들이 많이 숨어 있습니다.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블루라군 비치는 고개를 담그기만 해도 형형색색의 물고기가 보이는 멋진 해변입니다. 그저 해변을 즐길 수도, 취향에 따라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도 있는 발리는 관광객들 뿐 아니라 거주자에게도 멋진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7.청소,빨래가 없는 삶
혹시 주부분들 중 누가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 중에 딱 하나만 대신 해줘도 살만하겠다고 생각해보신 분 있으신가요? 발리에서는 가능합니다. 발리의 인건비는 한국에 비하면 아주 저렴합니다. 큰 부담을 지지 않고서도 집안 청소를 전담하고 빨래를 해주는 분을 고용하면서 살 수 있습니다. 여름 날 햇볕아래 놔둔 그릇에 물처럼 증발해버리는 주부들의 시간을 붙잡아 줄 수 있는 곳. 이곳이 발리입니다.
8.저녁이 있는 삶
발리에는 별로 유흥업소가 없답니다. 물론 유흥을 즐 길 수 있는 곳은 많이 있지만 대개는 젊은이(?) 또는 관광객(?)들을 위한 장소이고, 대부분의 가족들은 집안에서 가족들과 저녁을 보냅니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 친목을 도모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한국에서 처럼 아빠들은 죽도록 일하고 새벽까지 치맥하고 일요일에 밀린 잠을 몰아자지 않는 답니다.)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만큼 가족들 간의 거리도 더욱 가까워집니다.
9.다양한 취미 커피,예술,낭만
인도네시아는 커피의 산지입니다. 다양한 커피 원두들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습니다. 전 커피에 대한 지식이 없지만 좋은 루왁커피도 구할 수 있다고 하니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또 다른 매력 포인트이겠지요. 전 만드는 것 (작은 목공, 바느질, 낙서 등)을 좋아하는 편인데 발리에는 이런 공예에 관련된 취미 생활을 하기도 참 좋습니다. 바틱 (인도네시아의 천연 염색 방법)이나 공예를 배울 수도 있고, 우붓같은 곳에서는 그림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은공예나 목공예를 해보셔도 되고.. 조용한 삶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게 채울 수 있습니다.
10.포용적인 종교
인도네시아는 모든 종교를 존중합니다. 심지어 모든 종교의 중요한 날은 전부 국경일입니다.하지만 너무나 신기한 것은 이렇게 많은 종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종교 간 종교를 포교하는 것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종교를 존중하고 서로에게 포교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러한 포용적인 태도가 너무 마음에 듭니다.
11.젊은 나라
발리에 어디를 가든 어린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정에 3명 정도의 자녀는 많은 편이 아닙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고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입니다. 늙어가는 (?) 한국을 보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발리에서 자라나는 젊은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기대하며 저는 많은 기회가 얼핏얼핏 보이는 듯 합니다. 어쩌면 한국이 지나온 경제적인 길을 이제 인도네시아도 밟아나가고 있을 지도 모르니까요.
12.안전한 사람들
발리에도 강도, 강간, 살인이 있습니다. 세계 어디든 마찬가지 이지요. 하지만 그 빈도가 적고 사람들이 온화합니다. 현세에 지은 업을 가벼히 여기지 않는 힌두의 종교관 덕분이기도 하고 태평하고 느긋한 인도네시아 인의 천성이기도 합니다. 강팍하고 바쁜 사람들의 수가 훨씬 적고 답답하리만큼 느긋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눈이 마주치면 방긋 웃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 한켠에 안도감이 서립니다.